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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세의 그림일기

#8. 더 울프

조까세 2018. 1. 17. 17:18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코카인을 빨자! 섹스를 많이 하자! 그리곤 가슴팍을 치면서 으음~ (팡팡) 으음~(팡팡) 으으으으음(팡팡)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싶어서 이 세 시간짜리 영화를 몇 번이나 봤다. 이것보다 더 인생의 진리를 명징하게 일러주는 장면이 있는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주가뿐만이 아니다. 내일 아침 날씨는 어떨지, 상사의 기분은 어떨지, 남극의 빙하는 무사할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지 등등…… 우리는 모른다. 아는 건 하나 뿐이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 딱 그거 하나.

 

내일 점심시간에 제육볶음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갈 때 즈음, 북한 김정은이 퉁퉁한 손가락으로 핵폭탄 발사 스위치를 눌러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미세먼지에 어떤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가서 우리가 일제히 좀비가 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적을 뿐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게 최고다.

 

어릴 때부터 내 좌우명은 닥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말자였다. 실제로 나는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눈높이 수학문제를 풀지 않고 놀았다.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외치면서! 엄마는 내게 말했다.

 

까세야. 오늘도 눈높이 한 장도 못 풀었지? 너는 너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거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그럼 이긴 쪽도 나니까, 괜찮아.”

 

이런 식의 말대답 때문에, 부모님께 많이 혼났다. 지금도 당신들이 나를 보신다면, 호되게 꾸짖으실 것 같다. , 이 새끼야. 회사는 어떡하고! 코카인이 어쩌고 섹스가 어쩌고, 이런 글을 쓰고 앉았냐? 집안 망신이다! 그러면 나는 존경하는 부모님 앞에서 가슴팍을 치면서 노래할 것이다. 으음~ (팡팡) 으음~(팡팡) 으으으으음(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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