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페너가 마시고 싶어서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날씨가 미치도록 추워서, 카페 가까이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아인슈페너를 마실 참이었다. 카페 주변에는 작은 교자집이 있었다. 교자에서는 에델바이스 맥주와 교자를 세트로 팔고 있었다. 그래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는 술이 조금 아쉬웠다. 2차로 빈티지 라이언이라는 가게에서 맥주를 마셨다. 안주가 엄청 푸짐해서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맥주를 마셨는데, 그래서인지 사장님이 나한테 명함을 줬다. 사장님은 자신도 책을 내고 싶다, 뭐 이런 얘기를 했는데 ― 취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재밌었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원래 가려고 했던 카페에 가지 못했다. 커피는 한 잔 대신 여러 잔의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즐..
음식을 배달시키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하 19도였다. 그래서 나는 롯데리아를 시켰다. 맛과 가격을 고려해보았을 때 ― 배달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롯데리아는 배달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먹던 중국집에서 짜장면 탕수육 세트를 주문했다. 1분 정도가 흐른 뒤에 중국집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년 남자 목소리였다. “저기…… 도로명주소로 하면 저희가 찾아가기가 어려워서요. 옛날 번지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저번에 시켰을 때는 그냥 배달해주시던데요.”“아, 그게 오늘은 사정이 좀 있어서요.”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도로명주소를 옛 주소로 바꾼 뒤에, 중국집에다가 알려주었다. 중국집 사..
1926년, 열아홉 소년이 조선총독부 사무관 시미켄을 죽였다. 그의 이름은 홍민성. 일제는 그를 잡기 위해 헌병대를 출동시켰다. 홍민성은 평안도 등지에서 숨어 지내다 이듬해 12월 ―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했다. 몇 해 뒤, 그는 항일무장단체 중 하나인 후비대(後備隊)의 총사령관이 되었다. 후비대는 중국 국민당의 지원을 약속받고 산동반도를 향해 행군했는데, 그때 홍민성은 병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조선에 계신 어머니께서 본 사령관을 걱정하고 있다. 그것은 제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걱정은 접어둬라. 부모를 생각하지 마라. 조선의 청년들이 단결해서 부모 말을 듣지 않아야 일본을 무찌를 수 있다. 오직 조선 독립, 그 대의를 위해 싸우자.” 홍민성은 이렇게 말하고 난 뒤에..
부모님과 친척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걸 모른다. 새해를 맞아서 고향 집에 내려갔다. 용돈도 드렸다. 거 참, 난감한 일이다. 나는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밑밥을 깔아두었다. 언젠가 내가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되었을 때, 놀라지 않도록. 내 어머니는 월급쟁이가 최고라는 사실을 늘 강조하신다. 고도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에 IMF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같은 세계적인 불황을 목격한 탓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우리 젊을 때는 공무원이라고 하면 선도 안 봤다.’면서, 당시 공무원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 직업이었는지를 강조하셨다. 그 시절엔 다들 ‘뭘 몰라서’ 월급쟁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식이다. 무조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월급이 적어도 불평 갖지 말고…… 뭐 이런 식의 조언도 해주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