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 수중촬영이 논란이다. 영하 16도의 날씨에, 배우 김소현이 입수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 문제였다. 배우 김소현씨의 팬들은 극렬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문준하 감독은 이런 해명을 내어놓았다. “김소현 씨는 지난 1일 미리 촬영을 마쳤다. 그때도 안전장비와 체온 보호를 위해서 캠핑카를 배치했다…… 그리고 어제 촬영(최저기온 영하 16도인 날)한 것은 조금 모자라는 분량이 있어서 찍었고 김소현이 아닌 액션배우가 촬영했다.” 주연배우가 물에 들어갔을 때는 체온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했고, 한파가 몰아닥친 날엔 다른 대역배우를 썼으니 걱정 마라는 소리다. 이게 해명이라고 하는 소린가?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추운 것은 누구나 똑같다. 더구나 외출도 자제하라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날이..
꼰대들은 어른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른스럽게, 어른답게 행동해라, 너도 이제 어른이다 ― 나도 그런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는 이미 어른이다. 슬프지만 오래 전에 키도 다 자랐다. 경제적으로도 독립했다. 그런데 왜인지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단어는 꼰대들의 전유물로 느껴진다. 그래서 ‘어른’의 어원을 살펴보았다. ‘어른’은 우리말 ‘얼우다’라는 동사에 접미사 ‘-ㄴ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낱말이다. ‘얼우다’는 동사는 남녀가 교합하다, 즉 섹스하다의 순우리말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섹스만 할 수 있으면 모두 어른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조혼 문화가 팽배해있었으므로, 웬만큼 나이가 차면 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이었다. 우리..
영화 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우리 코카인을 빨자! 섹스를 많이 하자! 그리곤 가슴팍을 치면서 ― 으음~ (팡팡) 으음~(팡팡) 으으으으음(팡팡)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싶어서 이 세 시간짜리 영화를 몇 번이나 봤다. 이것보다 더 인생의 진리를 명징하게 일러주는 장면이 있는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주가뿐만이 아니다. 내일 아침 날씨는 어떨지, 상사의 기분은 어떨지, 남극의 빙하는 무사할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지 등등…… 우리는 모른다. 아는 건 하나 뿐이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 딱 그거 하나. 내일 점심시간에 제육볶음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갈 때 즈음, 북한 김정은이 퉁..
책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어떤 ‘신성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책이 유일한 정보전달매체이던 시대의 관습 때문이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최첨단 매체였다. 조선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사신들은 열 권 남짓한 책을 천자에게 하사받았고, 그것을 가져다가 조선 왕부터 양반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도 필사를 해가면서 읽었다. 그 시대의 도서관은 첨단 정보를 저장해놓은 곳으로 ― 오늘날의 슈퍼컴퓨터 같은 역할을 했다. 고로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오늘날의 책은 어떤가? 책은 점차 ‘신성한 권위’를 잃어나가는 중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문자는 대중화되었다. 도서관 역시 개방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워서 트림을 하면서, 방귀를 끼면서도 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책보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