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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세의 그림일기

#21. 1등의 삶

조까세 2018. 2. 13. 17:48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들 중 일부가 자신들이 ‘1등의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1등 걸그룹의 팬이니 당당히 덕질을 할 수 있고, 따라서 자신들의 삶이 1등의 삶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걸그룹을 좋아하느냐는 삶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월하면 사람들은 곧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아는 사람 중에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이 된 사람이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공노비라는 해쉬태그를 덧붙인다. 지가 속한 집단이 대한민국 정부인 것이 자랑스럽기는 한데, ‘#공무원이라고 대놓고 쓰면 남사스러우니까 그렇게 쓰나보다.

 

그래도 자기가 노비인 걸 알아서 다행이다. 노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1등의 삶을 자랑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이들도 있다. 대기업 재직자들은 자신이 속한 기업의 명성으로,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복지나 급여 따위를 자랑 삼는다. 우리 회사에는 이런 제도가 있다, 우리 회사는 무슨 요일은 조기 퇴근이다 뭐 이런 얘기를 해봐야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런 얘기는 엄마한테 하면, 흥미롭게 들어줄 수도 있겠다.

 

가장 최악은 이미 퇴사한 회사나 조직에 아직도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인이 자신을 버렸는데도 여전히 주인집 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개처럼 불쌍하다. 대기업 출신이거나 유명 언론사 출신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불쌍한 분들은 책을 쓰기도 하는데, 저자 소개에 무슨 대기업 몇 년 근무 후 꿈을 위해 퇴사. 따위의 문구가 있으면 그건 쓰레기다. 자기 자신이 당당하면 지나간 소속을 소개란에 적지 않는다.

 

진정한 ‘1등의 삶1등의 시다바리로 사는 게 아니라, 비록 1등은 못 되더라도 내가 주인이 되어 사는 삶이다. 대기업 직원이나 트와이스 팬들이 ‘1등의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누구나 ‘1등의 삶을 살 수 있다. 누구나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민주주의는 위대하다. 또한 트와이스도 위대하다. 트와이스 팬들 전체가 1등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트와이스야말로 1등 걸그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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