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 수중촬영이 논란이다. 영하 16도의 날씨에, 배우 김소현이 입수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 문제였다. 배우 김소현씨의 팬들은 극렬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문준하 감독은 이런 해명을 내어놓았다. “김소현 씨는 지난 1일 미리 촬영을 마쳤다. 그때도 안전장비와 체온 보호를 위해서 캠핑카를 배치했다…… 그리고 어제 촬영(최저기온 영하 16도인 날)한 것은 조금 모자라는 분량이 있어서 찍었고 김소현이 아닌 액션배우가 촬영했다.” 주연배우가 물에 들어갔을 때는 체온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했고, 한파가 몰아닥친 날엔 다른 대역배우를 썼으니 걱정 마라는 소리다. 이게 해명이라고 하는 소린가?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추운 것은 누구나 똑같다. 더구나 외출도 자제하라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날이..
책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어떤 ‘신성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책이 유일한 정보전달매체이던 시대의 관습 때문이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최첨단 매체였다. 조선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사신들은 열 권 남짓한 책을 천자에게 하사받았고, 그것을 가져다가 조선 왕부터 양반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도 필사를 해가면서 읽었다. 그 시대의 도서관은 첨단 정보를 저장해놓은 곳으로 ― 오늘날의 슈퍼컴퓨터 같은 역할을 했다. 고로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오늘날의 책은 어떤가? 책은 점차 ‘신성한 권위’를 잃어나가는 중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문자는 대중화되었다. 도서관 역시 개방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워서 트림을 하면서, 방귀를 끼면서도 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책보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