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바이킹족은 얼어붙은 땅에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반대로 사람이 살만한 섬엔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한국에도 ‘바이킹족같은’ 새끼들이 많다. 이를테면 홍대입구의 걷고 싶은 거리.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몰라도 나는 그 거리를 걷기 싫다. 버스킹 소리가 뒤섞여서 머리는 혼란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행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단연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좆같은 길이 바로 이 길이다.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도 그렇다. 거기엔 아무런 문화가 없다. 역사적으로 감천동은 태극도라는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모여 사는 조용한 신앙촌이다. 그 고요함이 그들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에서 건물마다 벽화를 그려 넣고, 예술이랍시고 빈 집에 설치미술품을 갖다놓은 뒤부터 ― 거기엔 문화가 없다...
조까세의 그림일기
2018. 1. 25.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