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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어떤 신성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책이 유일한 정보전달매체이던 시대의 관습 때문이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최첨단 매체였다. 조선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사신들은 열 권 남짓한 책을 천자에게 하사받았고, 그것을 가져다가 조선 왕부터 양반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도 필사를 해가면서 읽었다. 그 시대의 도서관은 첨단 정보를 저장해놓은 곳으로 오늘날의 슈퍼컴퓨터 같은 역할을 했다. 고로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오늘날의 책은 어떤가? 책은 점차 신성한 권위를 잃어나가는 중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문자는 대중화되었다. 도서관 역시 개방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워서 트림을 하면서, 방귀를 끼면서도 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책보다 접근하기 편하고 저장 공간이 큰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이제 책은 첨단 매체가 아니다. 책은 전근대 시대에 가졌던 권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새로운 매체에게 내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와 같은 결론을 기대한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책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두꺼운 전화번호부책이 사라지고 포털 사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듯이 말이다. 예술분야의 일부 책을 제외하면, 형태가 필요하지 않는 책들은 전자책이나 동영상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책만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권위가 필요한 일부 콘텐츠만이 살아남아 책으로 남을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과학, 인문, 철학 같은 콘텐츠들. 하지만 이마저도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달하면 그마저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좋은 책 골라읽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했었는데, 내용이 조금은 산으로 가버렸다. 모쪼록 내 나름의 좋은 책 고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은 사지 않는다. 다 광고다.

2. 온라인 마케팅이 활발한 책은 사지 않는다. 이 역시 광고다.

3. 위의 두 가지 경우가 아니더라도, 웬만해선 구입해서 읽지 않는다. 책도 다 돈 벌려고 만든 상품일 뿐이다.

4. 꼭 사고 싶은 책은 중고서점에서 산다. 책이 좋으면 보관해두고 읽는다. 생각보다 내용이 별로이면 중고서점에 되판다

5.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다. 물론 대출해서. 도서관에 책이 없으면 신청한다.

6.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는다. 그러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7. 남이 쓴 좋은 책 고르는 법같은 글을 참고해서 책을 고르지 않는다. 고로 이 글을 본 여러분도 이 방식을 따르지 않길 바란다


다음 주 토요일부터는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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