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응급구조사의 딜레마
아는 사람 중에 응급구조사가 있다.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이런 내밀한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나 싶지만, 어차피 쓰기 시작했으니까 그냥 계속 쓰겠다. 그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서 살아나는 것보다 죽는 편이 행정적으로 훨씬 편하단다. “살아나면 이것저것 써야할게 많아서, 그냥 죽어라, 싶을 때도 있어.” 나는 그의 이야기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응급구조사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가 비싼 밥을 샀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그의 편에 서서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 결과, 나는 월급쟁이 비관론자답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 세상에 돈 받고 하는 일은 죄다 좆같다.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든, 아무튼 뭐든 다 마..
조까세의 그림일기
2018. 1. 10.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