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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 시간이 가장 글이 잘 써지기 때문이란다. 괴테 역시 새벽 5시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아침형 인간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희대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 넘게, 아주 푹 잤다.
왜 우리의 출근시간은 이렇게 9시 또는 8시로 고정되어 버린 것일까? 산업화 이전에 인류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들었다. 그래야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은 농경사회의 관습을 그대로 따랐다. 공무원의 근로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다. 기업들 역시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에 맞추어 그 시간, 또는 그 비슷한 시간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했다. 개개인의 생체리듬이나 기업 특성 같은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시차로 인해 밤에 더 할 일이 많은 해외영업부서가 9시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얼리 버드, 아침형 인간, 9시 출근 ― 이런 것들은 죄다 농경사회가 남긴 낡은 관습일 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지 않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50% 이상의 피고용자가 자신의 출근 시간을 알아서 정한다. 한국의 몇몇 잘나가는 IT기업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누구나 고유한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근무시간을 잘 지키는 성실한 직원이 성공한다고? 개소리다. 정작 그런 소리를 하는 꼰대들이 근태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그저 자기 고유의 생체시계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그러는 편이 성공할 확률도 더 높다.
예를 들어보자. 출근 시간에 맞춰 억지로 전철에 몸을 싣고 꾸벅꾸벅 조는 회사원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슬렁슬렁 사무실에 얼굴을 비추는 사장 중에 더 성공한 쪽은 어느 쪽인가? 당연히 사장이다. ‘아니, 그건 사장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반박한다면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인과관계는 완전히 반대이다. 사장은 자신의 생체시계에 맞춰 살아온 덕분에 사장까지 된 것이다. 그게 바로 회사에서 정해놓은 출근시간을 기를 쓰고 지키면서, 퇴근시간에는 눈치를 보며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 직원과 사장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시간을 멋대로 써라. 회사 사장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시간을 멋대로 쓸 권리가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사무실에 얼굴을 비춰라. 그게 좀 눈치가 보이면…… 사무실 후미진 창고에 들어가서 잠이나 한숨 더 자라.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를 때려 치고 퍼질러져 자는 것이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다. 얼굴도 잘 모르는 어느 임원이 결정한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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