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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세의 그림일기

#7. 경청의 기술

조까세 2018. 1. 16. 16:24

수세기동안 인류의 말하기 능력은 발달해왔다. 반면 듣기 능력은? 원숭이 시절이나 21세기나 거의 비슷하다. 인간은 대체로 듣기보다는 말하고 싶어한다듣는 건 하기 싫으니까 남들에게 경청을 강조한다. 자기 말을 들으라는 거다. 이들은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다. 자기는 아무 것도 듣지 않으면서,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몇 시간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더 무시무시한 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직장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점이다.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의 연설 앞에서 그저 고개를 박절기처럼 끄덕끄덕일 수밖에 없다. ‘회의 중(사실은 자기 혼자 얘기하는 시간)에 딴 짓하지 마세요. 경청을 해야 발전해요. 누구누구씨.’ 으악 끔찍해.

 

이들의 조상은 찐따들이다. 원시시대엔 힘이 센 사람들이 사냥을 했고, 부상자나 힘이 약한 사람은 동굴에서 쉬었다. 사냥꾼들은 하는 일 없이 동굴에 처박혀 밥만 축내는 약자들을 죽이려고 들었을 것이다.

, 이 새끼들아! 우리는 뼈 빠지게 나가서 메머드 잡아서 오는데, 너희는 여기 동굴에서 뭐하냐?”

약자들은 죽지 않기 위해 동굴에서 거짓말을 지어냈다. 밤에 별을 본 이야기, 날씨 이야기를 뒤섞은 그럴싸한 거짓말을

나는 연구를 하고 있었지, , 이쪽으로 들어와서 봐봐. 내가 동굴에다가 벽화라는 걸 그려봤는데 말이야. 달무리가 보일 때는 사냥을 나가면 안 돼, 왜냐면 통계적으로 그 날은 다칠 확률이 높고……

 

인간의 말하기 능력이란 이토록 찌질한 곳에 씨앗을 둔 것이다. 당신이 말하기 능력이 뛰어나다면? 당신은 동굴에서 빌빌거리던 약자들의 후손이다. 동굴이나 다를 바 없는 원룸에서 백수 상태로 블로그에 벽화를 남기고 있는 나 역시도 그들의 후손이다. 그래도 내 벽화는 좀 유익하지 않냐? 아니면 말고.

 

한 가지만 명심해라. 당신은 메머드를 잡는 사냥꾼이다. 직장상사는 사무실이라는 동굴에서 훈수만 놓는 찐따에 불과하다. 당신을 앉혀놓고 어쩌구 저쩌구 듣기 싫은 연설을 늘어놓는 상사가 있다면, 죽빵을 날려라. 아니면 씨바 원시시대 인류가 그랬듯이 돌도끼로 그들의 두개골을 깨뜨려라. 이게 조까세가 제안하는 경청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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