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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까세의 그림일기

#4. 바쁘세요?

조까세 2018. 1. 11. 14:48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 바쁘게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라고 바쁜가?’이다.


바쁨 그 자체가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이른바 포디즘(Fordism)의 시대. 만들기만 하면 팔려나갔다. 한국에서는 90년대까지가 이런 시대가 아니었을까?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활발한 소득분배가 일어났고,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모두가 돈 쓰기 바빴다. 현대차,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도 이때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수출을 잘 해서 글로벌 기업이 된 게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이 국산품을 마구 사줘서 성장한 셈이다. 이 시대에는 분명 바쁜 사람이 돈을 벌었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성실하게 일한 직장인들이 해고당했다.

 

오늘날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갈아 넣는 조건으로 급여를 받는다. 연봉은 조금씩 오르겠지만, 물가는 그보다 더 오른다. 따라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한 달 벌어서 한 달 쓰면 끝이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조금 낫긴 하겠다. 저기 넓은 책상을 쓰는 부장님을 보라. (또는 그녀)가 노력한 직장인의 전형이다. 몇 십 년 노력하면 저기 앉을 수 있다. 가고 싶은가?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첫 직장의 부장은 오랜 과로로 자가호흡이 불가능했다. 그는 잠들 때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고, 그래서 산소호흡기를 썼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한물간 핸드폰 게임 포켓몬고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장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입사를 했었는데, 그를 보면서 꿈을 수정했다. 내가 사직원을 쓴 날, 우리 부장은 GPS를 조작해서 전설의 포켓몬을 잡았다. 그 나이에 GPS조작이라니! 정말이지 그는 대단한 노력파이다.

 

다시 소로우의 명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쁜가?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바쁜 사람이 되어야한다! 우리가 시체소각장의 화염 속에서 사라질 때, ‘그때 진급심사 좀 잘 볼 껄, 피카츄 잡을 껄, 월급 받은 걸로 스텔라루멘 풀매수 할 껄따위의 후회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바쁘거나혹은 바쁘지 않게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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