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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배달시키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하 19도였다. 그래서 나는 롯데리아를 시켰다. 맛과 가격을 고려해보았을 때 배달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롯데리아는 배달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먹던 중국집에서 짜장면 탕수육 세트를 주문했다. 1분 정도가 흐른 뒤에 중국집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년 남자 목소리였다.

 

저기…… 도로명주소로 하면 저희가 찾아가기가 어려워서요. 옛날 번지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저번에 시켰을 때는 그냥 배달해주시던데요.”

, 그게 오늘은 사정이 좀 있어서요.”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도로명주소를 옛 주소로 바꾼 뒤에, 중국집에다가 알려주었다. 중국집 사장은 아아, 그 옛날 할매 해장국 건물 뒤편! 비밀번호 치고 들어가는 집! 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사 온 뒤로 우리 집 주변엔 해장국 건물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 비밀번호 안 치고 들어가는 원룸도 있나? 조금은 의아했다.

 

잠시 뒤에 짜장면이 도착했다. 우리 건물은 집 안에서 로비의 문을 열어주는 인터폰 기능이 고장 났다. 그래서 나는 직접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 문을 열자…… 진짜 존나 말도 안 되게 추웠다. 중국집 배달부에게 새삼 미안했다.

 

배달부는 흰색 패딩을 입은 채로 헬멧을 쓰고 있었다. 나는 추운 날씨에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 오늘만큼은 조까세가 아니라 조따세였다. 중국집 배달부는 사실 자신이 중국집 사장이라고 말했다. 오늘 같이 한파가 몰아닥친 날에는 배달대행업체를 구하기가 어렵단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흰색 패딩은 평창 올림픽 패딩이라고 자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짜장면을 먹었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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