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배달시키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하 19도였다. 그래서 나는 롯데리아를 시켰다. 맛과 가격을 고려해보았을 때 ― 배달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시간대가 애매해서인지 롯데리아는 배달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 먹던 중국집에서 짜장면 탕수육 세트를 주문했다. 1분 정도가 흐른 뒤에 중국집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중년 남자 목소리였다. “저기…… 도로명주소로 하면 저희가 찾아가기가 어려워서요. 옛날 번지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저번에 시켰을 때는 그냥 배달해주시던데요.”“아, 그게 오늘은 사정이 좀 있어서요.”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도로명주소를 옛 주소로 바꾼 뒤에, 중국집에다가 알려주었다. 중국집 사..
꼰대들은 어른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어른스럽게, 어른답게 행동해라, 너도 이제 어른이다 ― 나도 그런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는 이미 어른이다. 슬프지만 오래 전에 키도 다 자랐다. 경제적으로도 독립했다. 그런데 왜인지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단어는 꼰대들의 전유물로 느껴진다. 그래서 ‘어른’의 어원을 살펴보았다. ‘어른’은 우리말 ‘얼우다’라는 동사에 접미사 ‘-ㄴ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낱말이다. ‘얼우다’는 동사는 남녀가 교합하다, 즉 섹스하다의 순우리말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섹스만 할 수 있으면 모두 어른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조혼 문화가 팽배해있었으므로, 웬만큼 나이가 차면 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이었다. 우리..
* 서지정보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한국문화인류학회 지음 | 일조각 | 2006.08.25 * 조까세의 리뷰노골적으로 들어난 북미의 인종주의보다 복잡다단한 라틴 아메리카의 인종적 위계가 훨씬 무섭게 작동한다. 무섭다. 북미대륙은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 자유를 얻게 된 흑인과, 유럽 이민자들의 후손인 백인으로 단순한 인종적 이분화가 되어있다. 미국인들의 극찬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 백인 우월주의자인 톰 뷰캐넌이라는 인물이 ‘유색인종의 제국의 발흥’ 이라는 가상의 책을 평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다분히 인종주의적이지만, 적어도 복잡하지는 않다. 백인과 유색인의 대립구도는 단선적이다. 북미에서 행해졌던 유색인과 백인간의 갈등은 골이 깊었지만, 봉합해야할 상처가 너무도 분명했다. 또한 이 인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