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동안 인류의 말하기 능력은 발달해왔다. 반면 듣기 능력은? 원숭이 시절이나 21세기나 거의 비슷하다. 인간은 대체로 듣기보다는 말하고 싶어한다. 듣는 건 하기 싫으니까 남들에게 ‘경청’을 강조한다. 자기 말을 들으라는 거다. 이들은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다. 자기는 아무 것도 듣지 않으면서,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몇 시간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더 무시무시한 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직장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점이다.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의 연설 앞에서 그저 고개를 박절기처럼 끄덕끄덕일 수밖에 없다. ‘회의 중(사실은 자기 혼자 얘기하는 시간)에 딴 짓하지 마세요. 경청을 해야 발전해요. 누구누구씨.’ 으악 끔찍해. 이들의 조상은 찐따들이다. ..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 시간이 가장 글이 잘 써지기 때문이란다. 괴테 역시 새벽 5시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아침형 인간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희대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10시간 넘게, 아주 푹 잤다. 왜 우리의 출근시간은 이렇게 9시 또는 8시로 고정되어 버린 것일까? 산업화 이전에 인류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들었다. 그래야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은 농경사회의 관습을 그대로 따랐다. 공무원의 근로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다. 기업들 역시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에 맞추어 그 시간, 또는 그 비슷한 시간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했다. 개개인의 생체리듬이나 기..
책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어떤 ‘신성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책이 유일한 정보전달매체이던 시대의 관습 때문이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최첨단 매체였다. 조선에서는 중국을 방문한 사신들은 열 권 남짓한 책을 천자에게 하사받았고, 그것을 가져다가 조선 왕부터 양반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도 필사를 해가면서 읽었다. 그 시대의 도서관은 첨단 정보를 저장해놓은 곳으로 ― 오늘날의 슈퍼컴퓨터 같은 역할을 했다. 고로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었다. 오늘날의 책은 어떤가? 책은 점차 ‘신성한 권위’를 잃어나가는 중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문자는 대중화되었다. 도서관 역시 개방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누워서 트림을 하면서, 방귀를 끼면서도 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책보다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