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조까세의 그림일기

#17. 이게 맛있어?

조까세 2018. 1. 31. 16:21

식당에서, 한번쯤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상대방이 미식전문가처럼 까다롭게 구는 경우.

이게 맛있어? 난 좀 별론데. 내 생각엔 겉이 좀 더 바삭하고 속이 좀 더 촉촉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말이야, 원래 닭고기가 고기 중에서 제일 맛이 없어. 그러니까 소고기나 돼지고기랑은 다르게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 너는 그렇게 씨부려라 하고 혼자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만,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입맛이 떨어진다. 괜히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지가 맛없으면 그냥 지 혼자 맛없으면 그만이지 왜 불만사항을 뇌까리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애정결핍의 한 가지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보다 더 똑똑하고 우월해, 더 미식가이기도 해. 그러니깐 너는 나를 찬미해줘. 내가 옳다고 말해줘 하는 표현인 것이다. 혹여나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그들의 장단에 맞춰줘라. 불쌍한 사람들이다.

 

자랑을 한 가지 하자면, 나는 어려서부터 애정을 듬뿍 받고 커서 무슨 음식이든 맛있게 잘 먹는다. 진짜 맛이 없으면 안 먹는다. 맛이 어쩌니 간이 어쩌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는 필요 없다. 안 먹으면 그만이다. 누군가 내가 맛없게 느끼는 요리를 맛있게 먹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서 환경에 기여할 수 있으니까.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공양시간마다 맛보아 주세요라는 인사를 나눈다. ‘맛있게 드세요대신에 맛보아 주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은 먹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이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맛있게 드세요대신에 맛보아 주세요라는 표현을 쓴다.

 

음식을 맛있게 먹든 코로 먹든 똥구멍으로 먹든 먹는 건 먹는 사람 마음이다. 먹는 문제, 인간 생존의 밑바닥 영역에서조차 우월감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종자들은 그 얼마나 불쌍한가!

'조까세의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 며칠 쉬면서 한 생각들  (5) 2018.02.07
#18. 천명관  (1) 2018.02.01
#16. 자유에 관하여  (2) 2018.01.30
#15. 무당, 거짓말  (6) 2018.01.29
#14. '라디오 로맨스' 수중촬영 논란  (2) 2018.01.26
댓글